※{이만섭시인서재}
내 숨길 수 없는 설렘이 백목련 꽃잎 위에 머무는 봄 저녁 한 때 - 이만섭
이양덕
2016. 4. 6. 08:55
내 숨길 수 없는 설렘이 백목련 꽃잎 위에 머무는 봄 저녁 한 때
이만섭
담장 아래 발걸음은 누군가 불러 당도한 듯
허공을 향해 멈춰 있고
내 귀는 만파식 소리라도 들었던 것일까,
꽃의 흰 빛에 내리는 가느다란 광선에 머문다
봄의 태초가 공중을 건너와
저곳에 깃들어 이토록 가슴 뛰게 하는가,
명멸하는 날빛 자리에 원을 그리던 바람이
수직에 와 부딪는다.
직립으로 꽂힌 줄기 타고 서서히 부푸는 몸,
난간을 지키던 보이지 않는 손이
어느 사이 그대에게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으니,
천 마리 새의 부축이라도 받는 듯
옷섶에 날개를 달으니 가쁜 호흡을 차고 올라
마침내 천길 벼랑을 난다
누가 이쯤에서 저 꽃차례에 닿는 일을
스무고개라도 걸어 맞추는 내기를 해온다면
나는 영혼이라도 걸겠네,
꽃나무 안쪽에서 먼 시절의 풍금소리 은은한데
꽃잠에 들 듯 흰 꽃에 머무는 나는
한 마리 부전나비인가, 마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