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울음의 기원 - 이만섭
이양덕
2016. 6. 14. 07:32
울음의 기원
이만섭
울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어둠을 깨치고 빛을 찾아오는 울음을 마중하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이 있다
창가를 서성이다가 문밖을 기웃거리다가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부재의 어둠을 물리치고
파천황이라도 좋을 생명의 찬가 울려 퍼지는
지상은 환희의 공명통이 되어,
그런 울음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
세상이 울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마음도 낮아지고 겸손해지니
생명을 알리는 맨 첫 자리가 경이롭다
울음 이전은 혼돈이었다
울음이 터지고 생은 질서를 이루어냈다
너와 나 사이 울음이 건너올 제
지상의 넉넉함이 그보다 더 구체적일 수 없어
울컥울컥 감동의 눈물을 가슴으로 쏟아낸 적 있었으니
어느 뜨거운 씨앗이 우주 공간에 심어져
최초의 울음으로 태어나게 했는가,
바야흐로 옥토는 더욱 푸르러 가고
하늘도 그 마음 거울삼아 주듯 파랗게 드높다
울음이 다녀간 생의 뜰이 오월 청보리밭 같아
그 위에서 날개짓하는
노고지리가 되고 싶은 마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