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고들빼기꽃 - 이양덕
이양덕
2016. 6. 21. 06:43
고들빼기꽃
이양덕
흰 피가 흐르고
가냘프고 창백해서 조마조마한데
솟대에 외기러기를 바람이 할퀼 때보다
난, 밭두렁에 웅크리고 앉아서
고들빼기를 캐고 있는 가뭇한 아낙의
끊어질 듯 실낱같이 이어온 生의
쓰디쓴 기억들이 마디마디를 찌르는데
바람은 척박한 땅에 날 두고 갔다
열정도 향기도 우아함도
표정에서 무심無心 밖에 읽을 수가 없고
가까이 가면 반가워하는 기색도
아득해서 그리움마져 지운듯 하지만
속으로 말하고 속으로 울면서
은근하고 강인한 미덕을 지녔다
화농을 앓는 사람은 쓴 맛에 열광하고
방사선이 통과한 옆구리가 굴절되지 않도록
자신을 아까운 마음없이 獻身하는
절제된 신념이 담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