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수박을 쓰는 여름 - 이양덕

이양덕 2016. 8. 15. 06:04

 

 

 

 

 

 

 

 

 

 

   수박을 쓰는 여름

 

                              이양덕

 

 

 

      바다가 보이는 초록 행성

      이마에 땀방울이 솟는 이유를 알고

      불타는 햇살도 받아먹는다.

      가슴 속에 태양과 검은 별이 떠 있고

      초록 몸통에 그려진 검푸른 줄무늬는

      은하의 파도소리가 음각된다.

      술 익는 소리 후끈 달아오른 밤

      숨 소리마져 떨리는 긴장 속에서

      달콤하게 익었을까, 더위는 식힐까,

      허공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칼날이

      몸통을 사정없이 가르자

      선홍빛 속살이 탄성을 지른다

      부드러운 혀에 감겨 사르르 넘길 때

      태양의 색과 맛을 세포 속에 기록한다.

      여름의 대지를 위하여 

      푸름은 확장되고, 꽃과 나비가 조우한다.

      짧은 밤을 하얗게 지새운 사람들이

      농익은 달을 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