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새를 기다리며 - 이만섭
이양덕
2016. 9. 17. 05:28
새를 기다리며
이만섭
내 마음의 빈터는 새를 맞이하는 일
아침처럼, 창문처럼,
자명해진 빛살 건너
나무 한 그루 들여놓고
새를 기다리는 일,
새들은 공중으로 와서 공중으로 사라지지만
그곳으로 나뭇까지 뻗어가서
기꺼이 새의 의자가 되어주는 일,
팥배나무 흰 꽃 진 자리
연둣빛 열매 붉게 물들어 가는 것도
새를 기다리는 일이어서
저녁 무렵 건기에 시달리는 서쪽으로
노을을 박차고 나는 백만 마리 되새 떼의 날개는
공중의 눈부신 연주와 같아
기다리지 않는 새는 저럴 수 없는 거라며
나를 위해 군무하듯
설레는 가슴 간신히 다독거리며
이렇듯 애틋해지는 것을,
그리움이 옹색해져 외면하려 들 때
기다림 밖에 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