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滿月 - 이만섭

이양덕 2016. 9. 21. 02:27


                                     -  그림 이외수 -








滿月



            이만섭





대개 달은

나뭇가지 사이로 비춘다거나

구름에 가려 언뜻언뜻 보이는 간접성이어서

세속에 묻힌 삶에 만월이란

기다려야 찾아온다. 기다림으로 부족할 때

몸소 마중 들어야 떠오르는 것이다.

밤이라는 생각이 삶의 빛을 가려

어둠의 입처럼 노래 부를 수 없을 때

시름겨운 가슴을 보듬어주듯

머리에 비추는 만월이란 얼마나 방법적인가,

빽빽한 침엽수 사이에서 빽빽한

침엽수를 닮은 어둡고 야윈 몸이라면

만월은 한 장의 팔공산 패와 같다.

이를테면 한 채의 집이 어둠에 갇혀 있을 때

처마 밑에 등을 달아 마당을 밝히고

담장에 핀 박꽃까지 환하게 읽어주는 가을밤은

낮이라는 세속에서 놓친 우리의

수많은 세목이 기도해야 할 것임을 달밤은

풍요로움으로 밝혀주고 있다.

저와 같은 구김살 없는 낯이란

부끄러움조차도 눈부신 것이어서

구석에서 웅성거리는 그늘진 생각을 밤하늘에

둥실 매달아 떠받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