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가을밤 - 이양덕

이양덕 2016. 10. 18. 12:20

 

   가을밤 

 

                   이양덕

 

 

     그믐달이 늙은 호박 한 덩이를 안고

     강물 속으로 잠기는데,

     막막함도 생의 페이지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천 년의 의문을 풀기 위해

     강가에서 꽃을 기다리는 까닭을

     바스락대는 단풍과 마른 꽃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갈꽃이 떠나간 사유는

     못 잊을 그리움 때문이었다는 걸 후에야 알았으니

     이마가 땅에 닿도록 구푸려야

     이별의 슬픔도 지울 수 있을 거라고

     밤마다 시편을 읽는다.

     떠나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샛노란 은행잎에 적어 갈피마다 꽂아놓고

     그리운 얼굴이 겹쳐질 때마다

     진종일 그림을 그리며, 감정을 서술하며

     편지 봉투에 들국화를 수 놓아

     코끝 찡한 향기와 붉은 입술과 연애편지를

     자작나무 숲 우체국에서 붙였는데

     구절초가 핀 길을 따라 전해오는

     홍시처럼 익어간 저녁이 물컹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