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꽃게와 진흙밭 - 이만섭
이양덕
2016. 11. 11. 15:28
꽃게와 진흙밭
이만섭
꽃게는 푸른 다리로
진흙밭을 가꾼다.
물컹한 모서리들 무너뜨리며
겹겹이 두른 검은 흙에 구름 피워가며
생의 무늬를 짠다.
바위에 이끼 살면 바위 깊어지듯
진흙에 꽃게 사니 진흙은 꽃처럼 피어나고
누가 보아도 진흙밭은 진흙밭인데
꽃게 사는 세상인 것을,
길을 나서면
진창으로 난 포근한 오솔길이여,
등딱지에 꽃 짐어지고 가니
가도 가도 만발한 꽃나무 숲,
생이 차지다.
이런 궁리가 돈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