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文學論}

김기림의「바다와 나비」감상 / 김사인

이양덕 2017. 3. 27. 06:49










김기림의「바다와 나비」감상 / 김사인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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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바다와 어린 나비의 대비는 그 힘의 절대적 비대칭으로 하여 아득하고 슬프다. 나비의 철부지와 무력을 탓해야 할 것인가, 슬퍼할 것인가. 청무우밭인 줄 알았단 말인가. '공주처럼'! 지쳐 돌아오는 나비의 허리와 시린 초승달의 이미지가 애처로움을 더한다. 김기림은 최재서와 함께 1930년대 영미계 모더니즘 운동을 조선에 들이고 이끌었던 사람이다. 2차대전이 터지던 39년, 세계사의 기약할 수 없는 앞날에 대한 젊은 지식인의 번민이 스며 있는 시다. 아아, 1000일 만에 가라앉은 배를 건져낸다. 자식 가진 부모들은 또 잠을 설칠 것이다. 어머니들은 더하시리라. 
 
  김사인 (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