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門 사이에 - 이양덕

이양덕 2017. 4. 10. 10:33

 

 

 

문 사이에

       이양덕

소통과 이질감이 있다.

사랑과 미움 원망 그리움이 교차하고

온종일 무수한 상념이 부서져 내리면서

유리창에 부딪혀 균열이 생기고 피가 흐른다.

문을 열면 누군가 와락 안아줄 것 같은데

잠견蠶繭에 갇혀 서서히 죽어갈 순 없지 않은가

껍질을 찢고 나와서 나비로 우화하여

노랑 날개를 팔랑거리며 세상 속으로 들어가

격돌하며 진한 삶의 무게와 고뇌를 나누면서

짓눌린 너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리라

自我를 찾아 빛의 길을 걷는 군중을 보라,

스타벅스엔 꽃잎처럼 하르르 피어난 연인들이

모카향 보다 달콤한 얘기를 저어마시는 중인데

X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고유의 언어를 잃은 채

자음과 모음이 이탈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문 밖 풍경은 눈물겹고 아름답다.

녹슨 철문 뒤엔 폐종이와 하얀 눈물이 엉켜있고

리어카 위엔 가파른 생의 자국이 수북한데

부대끼며 좁혀지지 않은 일상들이

문 사이를 들락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