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분홍 정원의 한때

이양덕 2017. 5. 1. 07:35









분홍 정원의 한때


  이만섭




가뭇없이 무량하게

개화도 무량

낙화도 무량


무량으로 꽃들을 경작하며

바람에 실려오고 바람에 실려 가는

가붓한 봄날의 숨결이 분홍빛 일색이다


정원 한가운데 분수는

눈부신 햇살 자락을 허공에 활짝 펴

오색무지개를 띄우는데

그 언저리로

나무들 꽃마중 든 사이

가파른 절벽을 뛰어내리는 낙화의 시간


저 환한 분절의 광경은

봄물이 범람하여 길을 내는 낙화유수와도 같아

한 오라기 그림자도 없이

물끄러미 그대로


아름다움을 호사에 바치듯

비애의 허물마져 걷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