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너무 많은 비 ㅡ 이만섭
이양덕
2017. 7. 31. 07:51
너무 많은 비
이만섭
앞마당과 뒤란과 모퉁이와 천정과, 그편으로 열린 달팽이관의 볼륨을 확장하며 나무를 에우고 창문을 에우고,
가뭄에 바치는 유언처럼 비는 사위에 그물을 친다. 어둑어둑 미늘 없이 낚이는 것들, 밤의 양철비붕을 두드리듯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당도하는 빗줄기에 이 저녁의 슬픈 고양이 울음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폐림지에서 진탕을
치며 흘레붙는 짐승 같은 호기로운 비의 밀림에 무거워진 몸으로 최후의 것이 젖을 때까지 낙하하는 공중을 주시
하면서 문밖의 집들은 강물에 떠 있는 하마처럼 거무데데한 등걸만 남겨 놓았다. 그토록 온다는 비, 그토록 오지 않는
비, 모두 한 꾸미로 엮어놓은 듯 기다린 터에 벌을 받는 침묵으로 견디어내는데 도대체 기상대만 토사물 넘쳐흐르듯
장광설을 늘어놓고 급기야 아랫마을 길을 덮치는 비, 이제까지 우리는 비의 길목을 무슨 이유로 막아두었나, 모기처럼
연기를 피워서라도 먼 하늘로 내쫓고 싶은 비를 우두커니 서 있는 다리로 가로누운 다리를 바라보듯 단순한 생각
만으로도 비는 내리는 것이 아니다. 흘러와서 넘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