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중화요리 - 이만섭

이양덕 2017. 10. 5. 08:24










중화요리 


                  이만섭





손에 물 방울 안 묻히고도 차려내는 음식이 있다.

불을 피우지 않고도 화식을 완성하듯

그것이 가정식 조리법과 충돌한다 해도

간단하게 이해되는 것은 마술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노래교실에 간 아내가 부엌을 가둬놓았을 때

질식할 것 같은 부엌을 생각하면

가정식이란 얼마나 고지식한 요식행위인가, 그럴 때

부엌을 구출하는 방법을 찾듯이

음식이란 만드는 것보다 발명하는 것이 쉬울 테니까,

그렇다면 간격은 더욱 좁혀지고

헌 신문지에 일회용 식탁을 꾸미는 동안

창 너머 골목이 접히는 오토바이 소리

외출을 위해 옷 한 벌 갈아입는 시간과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조리의 시간

엑스트라 배우처럼 등장한 철가방이

공복을 수거해가는 사이 친절하게 포장을 벗긴다.

빈곤한 입맛에 제철 음삭만 한게 없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