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오목눈이 - 이양덕
이양덕
2017. 11. 3. 06:16
오목눈이
이양덕
부리로 쪼아대면 노란 빛살이 퍼지는
가로수 길을 지나 좁다랗고 가파른 길목에서
오목눈이 여린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적막을 지우려고 춤사위를 벌인다.
비단을 펼쳐놓은 듯 운무가 피어오르고
날 샌 몸짓으로 左 右 곡선을 따라
빠르게 내딛다 여릿여릿 뒷걸음질 치며
선율에 맞춰 당겼다 풀고 다시,
날개를 크게 부풀려 비상을 꿈꾸었지만
저 하늘 너머를 확인하지 못한 채
엉켜있던 슬픔이 한 올 한 올 풀린다.
내가, 넘을 수 없는 철벽이었던가
온종일 탑을 돌던 낮달도 채득하지 못하고
해 질녘 발걸음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질긴 뿌리를 자르고 바닥을 차올랐지만
몸부림칠수록 불가사의한 영역의 손에 의해
작은 날개는 바닥을 떨쳐내지 못하고
젖은 이마를 부딪히며 떨어지는 빗방울은
슬픔을 지우려고 동그라미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