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爐邊 - 이만섭

이양덕 2018. 1. 20. 08:56









    爐邊(로변)



                  이만섭




   이 겨울밤 나는

   부질없이 난롯가를 떠나지 못하네.


   바알간 불덩이 이글거리는

   불의 경계를 지키며

   늦저녁 바깥은 싸락눈 붐비는 소리

   어깨마다 허적허적 젖어나는데


   고까짓 추위쯤이 대수이랴

   어둠은 空山에 무덤이나 짓고

   느슨해진 몸을 에멜무지로 저울질해가며

   헐벗은 마음을 붙들어놓듯


   이 겨울밤 나는

   발그레 치한 화상이 되어

   난로 주막에서 하품이나 쏟아내며

   자올자올 졸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