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뜨거운 결빙 - 이양덕

이양덕 2018. 2. 22. 13:11









 뜨거운 결빙


                   이양덕




    결빙된 물병자리를 건져올리기 위해 빙하지대에서 극한을 견디는 펭귄들이 뒤뚱 뒤뚱 무리지어 해빙을 기다리고, 빙하에 몸을 날린 동백은 천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선운사 석탑을 환하게 밝히던 모습으로 이름을 부르면 단절를 깨트리고 붉게 핀다. 결빙된 바위에선 뜨거운 물방울 하나가 탈출했다. 금세 허공이 출렁거리고 강물이 출렁거리더니 가늘고 파리해진 풀잎이 목을 축이고 숨결이 살아난다. 푸른 피가 언 관을 뚫고 내 손을 잡았다. 봄햇살은 처마 밑에 숨었는데 겨울의 뒤란엔 나비와 목련이 깊은 잠에 빠지고, 백야에 떠오른 달이 귀를 삼켜버린 후 노랫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것 같았건만. 유리관을 맵찬 바람이 철석철석 때리고, 금이 간 너의 말이 웃음소리를 앗아갔지만 심장은 뜨거운 피가 솟구치고 있다. 지금은 한 번도 식지 않은 입술로 주고 받아야할 말이 물푸레나무에서 푸릇푸릇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