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올페의 사랑 - 이만섭

이양덕 2018. 5. 28. 08:02








올페의 사랑



                 이만섭





어둠 속에서도 뿜어 올리는 흰 연기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 악마의 숲을 지나

밤의 정거장에 당도한 욕망의 기차는

문이 열리자 붉은 장미꽃 송이들을 토해낸다.


어디쯤에서 싣고 온 사랑의 노역일까,

심장만 떼어놓은 열정으로 파닥거리는 꽃송이들,

날아오를 듯 꽃잎을 떨어뜨려

리라의 공명통 위에 낱장으로 얹힌다.


눈먼 자의 그리움마저 사방에 불러들이며 

우두커니 소금 기둥으로 돌아보는 비탄의 강가

죽은 청춘의 영혼이 떠밀려 와

더는 목이 메어 부를 수 없는 노래여,


모든 사랑은 익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던가,

폭풍우 속에 솟은 무지개 자락을 찢어

공중에 만장의 깃발로 달아 올린 슬픔이여,


*진은영의 시 '오필리아'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