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대나무 ㅡ 이만섭

이양덕 2018. 9. 14. 14:59







대나무



                  이만섭





언제부터인가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도

소슬한 느낌이 좋아 단정하고 우아하게

지켜내는 대나무를 사모한 터에

마침내 푸르고 참한 한 그루 대나무를 모셔왔다.

이날은 지사의 유지가 깃들어 있어

종일토록 어깨가 들썩이고

먼 산빛 마당가에 앉혀놓은 듯 기분 상쾌해져

가끔 내다보며 동무삼다가

불현듯 소자첨을 생각하고 사암을 생각하고

그런 하루가 넉넉하고 다정해서

저 곁에 무엇을 벗하여 줄까

이끼 낀 큼직한 괴석을 불러 앉힐까 궁리도 하면서

꽃 피고 열매 맺는 것보다

서로 숨결을 주고받듯

그래야만 변치 않는 뜻을 비춰줄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거실 벽에 걸린

오래 전에 목죽을 들여다보며

나의 形寫가 얼만큼인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이만한 궁리마저 대나무 덕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