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저녁의 사색 - 이만섭

이양덕 2019. 1. 6. 11:52






    저녁의 사색


     이만섭




    새들 돌아가고

    나무 어두워질 무렵

    생각에 잠기는 집들이 태어난다.


    어둠속에 부챗살 같은 손을 펴

    숨어 있는 외로움까지 품에 끌어들인 별빛들,

    낱낱의 등을 쓰다듬는 듯한 촉감이

    견딜 수 없이 눈부신데


    불 켜진 집들의 창은

    눈동자같이 골똘하기만 해서

    저 홀로 내면을 읽으며

    지상의 맨 마지막 자리에서

    온갖 생명들 다독이듯 깊어가는 이쯤의 마을은

    그윽한 적막의 궁륭


    엄마의 품 같은 집들이

    아가를 잠재우듯 한가득 끝 모를 깊이로

    고요의 목록의 펴 놓은 신전처럼

    평온을 들여앉혀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