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겨울이 붉었다 - 이양덕
이양덕
2019. 1. 22. 08:56
겨울이 붉었다
이양덕
살갗을 찌르는 雪寒을 기다렸는가,
폭설이 호명하는 날에도
머뭇거림 없이 붉게 벙그는 몸짓이 황홀하다.
종소리는 빈자貧者의 마음에 위로가 되며
구세군의 빨간 냄비엔 사랑의 손길로 쌓여가고
가면을 쓴 도시의 群像들도 흰 비단을 둘렀구나,
향긋한 분 바르고 꽃분홍 연지를 찍고
노랑 저고리에 다홍 치마를 차려입은 곱단한
그녀가 숲으로 떠나간 후 몇 번의 만월이 뜨고 졌다.
꽃을 만나는 것은 그리움을 견디는 시간이므로
길 위의 발자국을 따라 기도소리 애절하다.
단심으로 피워낸 과정이 자랑스러웠던
몸을 날린 동백 숲엔 핏자국이 고스란하고
멈추지 않는 슬픔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