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그물 - 이양덕
이양덕
2019. 3. 12. 12:11
그물
이양덕
어부와 고락苦樂을 함께해온 생이었다.
꽃상여를 타지 못하고 떠날 때도
너울에 떠밀려 난파선을 이끌고 귀항할 때도
미친 듯이 파도를 부둥켜보지만 소용없었다.
당신의 한을 가닥가닥 풀어놓을 때
가슴에 난 자국을 보듬는 건 그뿐이었으니까,
등 구푸리고 그물 코 손질을 마치면
몸에는 해류의 촉수가 무수히 자라서
바다를 꿰뚫는 구릿빛 팔뚝에 감겨
고깃길에서 수천의 입은 숨을 고르다가
윤슬이 종을 울리며 고기 떼를 몰고오면
아구가 찢어질 듯 닥치는 대로 포획하던
그가 숨이 끈기기 직전에
만선은 깃발을 휘날리며 기우뚱거리고
호기롭게 대자로 누워서 일광을 즐기는
어머니의 분신이요 보물이다.
입을 봉하거나 꼬리가 잘리면 안돼
온몸을 조르는 허물을 벗어던지고
비늘 파닥이며 푸른 대양을 집어삼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