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창고들 - 이만섭

이양덕 2019. 7. 18. 09:36





창고들



                 이만섭




창고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생각의 부피만큼, 그런 마음일수록 늘어난다.

무엇인가 쌓여놓을 자리 생길 때마다

디딤돌을 놓듯 질문없이 태어난다.

살다보니 불어난 살림살이가 그러하듯

지상의 물건은 모두 어디로 감춰지나 궁금했던 일이

창고를 통해 맛보는 것도 그렇지만

모두 하나같이 내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도 모르게 삶이 집에 갇힌듯

형태도 모양도 제각각으로

나의 주머니와 신발도 예외는 아닌 듯

창고를 닮아가고 있다.

이쯤에서 창고에 갇힌 품목들을 나열한다.

사물로 안주하는 것들에게 창고는 저장해놓은 공간일뿐

대낮에도 네모난 그림자가 지닌 창고 밖은

갇힌 실루엣마져 갖지 못한 채

성냥갑이 성냥을 가두어놓듯 세상의 불씨를 감추어놓고

프로메테우스의 손을 기다린다.

소유의 깊이에 채곡채곡 쌓인 것들이

몸에 붙박힌 마음의 창고지기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