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하프를 켜는 女子 - 이양덕

이양덕 2019. 7. 28. 09:27

 

하프를 켜는 女子

 

                           이양덕

 

 

로시니의 스테이크를 훔쳐먹은 누명을 쓰고

퍼런 서슬에 죽임당한 하녀의

펑펑 쏟는 눈물이 현을 두드린다.

먹구름을 뚫고 온 빛의 소리가 벽을 허문다

소리는 꽃밭과 무덤의 경계가 없다.

극한에 노출된 사람은

매일 가슴에 무지개를 안고 현을 켜면서

속도와 중력의 굴절로 가라앉았다

다시 떠올라 茫茫大海서 부유한다.

여자의 손가락이 오르페우스 혼을 부린다.

풀은 쓰러졌다 일어서고 금낭화가 댕댕 울리며

소금쟁이는 바람이 긋는 물주름에 음표를 그린다.

소리의 속성은 귀를 여는 것

사라지고, 단절되고, 붕괴되고,

기막힌 일을 겪는 음부에서 뼈가 주저앉아버린

너의 슬픈 감정을 어루만지면 음계를 타고

탄그레디의 아리아를 들려주기를,

서어나무가지엔 도둑 까치가 갸웃거린다.

 

이양덕 전남 영광출생 「시문학 」시로 등단 2019년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