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가을 햇빛 아래서 - 이만섭

이양덕 2019. 9. 12. 10:26





가을 햇빛 아래서



                            이만섭




푸른 엽서를 띄워 올린 공중이

천년의 색깔로 빛난다.


때를 놓지 않으려

백만 개의 눈망울을 굴리는 날빛,

거울이 되겠다는 듯 서로 서로 비추이며


풀잎에서 이슬자리를 찾듯

텅 빈 난간자락에서 틈서리를 찾듯


동그라미는 더 분명한 동그라미로

네모는 더 분명한 네모로

또렷또렷 읽어내는 명징한 눈빛 문장들,


환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

두근두근 맥박이 뛰어다니는 지상,


마당가 제비꽃 가족

새끼들 품에 안은 어미가 밥을 먹인다.

잠깬 아가에게 젖을 물리듯

조심조심 밀어 넣는 따듯한 손길로


건들바람도 목수건을 나비 리본처럼 매어

가지런히 비켜가는 단정한 오후

햇살의 슬하를 굽어보는

하늘땅이 자상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