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배롱꽃 여자 - 이만섭

이양덕 2019. 9. 23. 09:20





배롱꽃 여자



                    이만섭




저 나무의 창가에서 발돋움하는 여자

분홍 머리띠 두르고 한줌 허리 도드라진 채

볼우물 패인 얼굴로 눈인사하네,


-잠시 헛것이 보였다 사라진 뒤에도,


무한꽃꽃차례에서 내온 꽃다발

보듬어 안은 여자의 향기

우두커니 꽃나무 가득 채웠네,


심장의 빛깔은 언제나 분홍

설렌다는 말은 분홍이 부풀고 있다는 신호


나는 맨 먼저

마주친 감정의 시선을

서랍 속 낡은 회색노트의 표지를 새로 입히고 싶네,


오랫동안 간직한 나만의 시간을

비로소 거울에 비춰보듯

저 나무의 창가에서 발돋움하는 여자


은모레를 손에 쥐듯

자꾸만 흘러내리는 분홍의 우수리가 안타까워

이런저런 물색없는 말 대신

고유명사를 찾아주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