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순교 - 이만섭

사랑의 순교

                   이만섭

가을 뜰

볕 바른 풀밭에 버마재비 한 쌍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며

서로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이다.

함깨 해야 할 일을 좇고 좇는 듯싶은데

이목구비 어디쯤 숨어 있을 아름다움을 호기롭게 더듬거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히고 있다.

머리통에 붙은 사랑의 레테르를 떼어

몸속에 밀어 넣는다.

야금야금 속삭이듯 치루는 순교 의식은

그들만이 향유하는 합체의 방식인 것만 같아

뜨겁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한데

돌처럼 단단한 물체가

잉걸불에 연소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