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2월 - 이만섭

이양덕 2020. 2. 6. 16:27





 2

  

                           이만섭

 

 

 

  

게으른 나를 잠 깨우는 계절이 도착했다.

알쏭달쏭 설레기도 하고 그만큼 새로운 편이지만

세 겹의 옷을 입은 자가 한 겹을 벗어버린

두 겹의 홀가분한 표정 같은 희망의 얼굴로 찾아왔다.

이를테면 모가지가 야윈 나무가

몸에 지닌 씨앗을 지키기 위해

맹렬한 추위 속에서도 부르튼 손등으로 허공을 헤치며

불망의 시간을 견디며 고스란히 지켜왔듯이

나는 입춘 방이 걸린 문설주 앞에서

북쪽 하늘을 나는 갈까마귀 떼 불러놓고

차려줄게 여의지 않아 빈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새의 검은 날갯죽지에 뿌린다.

너의 슬하에 아침이 당도했으니 내 마음은 풍차를 돌리는 바람이라,

벽을 가진 귀와 사귀며 받아줄 말이 없는 계절이

아침 참새처럼 새날을 맞이할 준비를 하듯

계절에도 버리고 싶은 유산이 있어 그것을

더는 감내할 수 없음에 저렇듯 바람을 불러들이고 있다.

내가 모르는 내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게으른 나를 잠 깨워놓듯이

참고 참아왔던 비밀의 커튼을 올려

나무의 야윈 모가지를 끌어다 놓은 투명한 창에

날카로운 햇살의 칼로 질곡의 끈을 베어버린다.

드디어 창이 유산을 정리해주었다.

나무여! 머지않아 희망의 날개가 돋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