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숨바꼭질 -이양덕

이양덕 2020. 4. 1. 07:06

 

 

 

  숨바꼭질

 

                           이양덕

 

 

  마스크가 사람들을 통제합니다

  민첩하게 인공호흡기를 사수한 술래는

  머리카락 자르고 숨은 얼굴을 만질 수 없지만

  유리관 속 심장 맥박을 체크합니다

  목련꽃 사랑에 빠져버린

  뜨거운 입술로 36,5℃를 확인하고 싶어요

  비말을 타고 침입한 COVID-19가 폐를 갉아먹어

  검은 섬에 유폐된 얼굴이 창백합니다

  너와 나의 경계는 찰나에 허물어졌고

  아픔의 무게에 자전을 멈춰버린 지구의 모서리에

  슬픔이 주르륵 흘러내린 우산을 쓴 난,

  묘비석 앞에서 고해성사 중입니다

  박쥐가 사라진 훼손된 땅을 떠나

  초원으로 가는 행렬의 끝은 보이지 않고

  우울에 갇혀 입술이 봉인된 채

  따듯한 한마디에 목말라 야위어갑니다.

  꽃이 몰려와 손을 끌어당기는데

  복면을 쓴 얼굴은 손사레치며 간격을 넓히고

  어둠을 살라먹은 공포가 무차별 쏟아집니다

  그물망 전술로 kf-94로 전면 차단했습니다.

  지금은 숨바꼭질 중입니다.

 

  문예운동 2020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