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그래도에 꽃마리가 피었다 - 이양덕
이양덕
2020. 7. 7. 08:30
그래도에 꽃마리가 피었다
이양덕
그리워서 섬이 된 꽃마리를 안고
공룡 발자국에 주저앉은 소녀가 슬픔을 삼키고 있다
콘도르가 영영 떠나버린
펄펄 끓는 지구의 아픔을 외면한 사람들,
매일 악수하고 부등켜안고 입맞추고
밥 먹고 차 마시던 우리의
당연했던 어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두 사람은 에스컬레이트에서 방향을 바꿔 비켜 갔다
지키지 못한 나는 천년된 물지느러미에 포박당했다
바위에 뼈가 짓눌리고 불타는 몸을 어쩌랴
검은 빗물을 쏟는 하늘을 찢은 태양은
오늘도 찬란하고
봄을 기억記憶한 여린 잎이 혀를 쏘옥 내밀었다
나自己를 회복하라!
석류나무 골짜기에서 붉은 말이 피토하며 외친다
비손강에서 아담이 쓴 편지를
흑비가 쓸고 간 화석에 핀 꽃마리가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