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여름 정원 - 이양덕

이양덕 2020. 8. 3. 09:48

 

        여름 정원

 

                                        이양덕

 

 

 

       나를 확인하기 위해 푸른 피를 수혈했다.

       환하게 열린 창공에서 푸른 빛살이 내릴 때

       대나무 숲에선 훤훤한 무사가

       바람의 등에 올라 장검을 휘두르며

       가시덤불에 걸린 염소뿔을 구출한다.

 

       새벽을 열고 너른 잎에 첫 말씀을 받아쓰는 파초 

       벙근 꽃잎에 앉아 쟁그랑거리는 이슬

       매화 선생 곡강이수 읊을 적에 거문고 타는 오동나무

       청개구리 방아개비 머릴 깊숙이 조아릴 때

       소나무도 정중하게

       살에 박힌 옹이를 사랑인 듯 품어가겠다고,

 

       낮의 경계를 무너뜨린 밤은 정원을 휘감고

       빨간 알전구를 켜놓은 자두나무는

       필묵을 준비했다

       목백일홍은 화선지에 사군자를 쳐놓고

       부끄러워 지그시 웃는데

       蘭香에 혼곤한 멧노랑나비 떼 한판 춤사위를 벌인다.       

 

       쏜살같이 달아난 어제와 다가올 내일의 중심에서

       푸름을 쏘아올린 정원은 美麗하고 청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