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기억을 만드는 사람들 - 이양덕

이양덕 2021. 4. 4. 14:24

 

 

  기억을 만드는 사람들

 

                     이양덕

 

 

피어오른 불꽃을 좇아

날아온 불나방들

흐느적 흐느적 충혈된 눈, 부러진 날개,

밤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 사람 사람,

 

주일날 들리지 않는 종소리

피가 흐르지 않는 손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초점 흐려진 눈동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자기를 파괴하고 기억의 퍼즐을 놓친 사람들,

 

못을 친 방에 신의 오른 팔을 묶어놓고

심장을 누른 바윗덩이는 불끈불끈 솟구쳤다

사랑을 잊은 채 부끄러움은 내 몫이 되었으며

눈물 자국에 써 있는 죄의 목록이 가슴을 찔렀다.

 

얼굴 절반을 마스크 뒤에 숨긴 남자가

커피잔 든 손을 바닥에 놓쳤다

가로수 그림자가 빈 의자마다 채우고

기억을 다시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