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무반주 야상곡이 詩 속으로 잡아끈다 -이양덕
이양덕
2021. 4. 12. 07:30
무반주 야상곡이 詩 속으로 잡아끈다
이양덕
빗방울이 꽃잎처럼 흩날리는 날 부른다
빨간 립스틱 바르고 레인코트에 노란 튜울립을 안고
인사동 갤러리 앞에 백 년 된 회화나무에 기대었는데
네온싸인을 타고 흘러내리는 무반주 야상곡이
詩 속으로 잡아끈다
혐오하던 입술에 흰 빗방울을 수혈하고
시궁창에서 발을 꺼냈다
울고 싶다 말하고 싶었다
가슴을 타고 내린 음표마다 감동이 실리고
사랑과 이별 사이에 많은 사연들이
빗방울을 매단 안개꽃을 피웠다
빗 속을 저벅저벅 걷는 그가 비장하다
빛이 사라진 간극에서 넋 잃고 창공을 나는 새를 바라보았다
이젠 회귀하지 말자, 미래를 위해 눈이 빛나는 씨앗을 심자
유쾌한 웃음소리와 초롱초롱한 눈빛과 무화과가 익는 곳을 향해
억눌린 패배의 옷을 찢고 전력으로 달리자
단단한 희망의 길을 찾는 거다
눈물이 달라붙은 검붉은 얼룩을 씻어버리자
횡단보도 앞에서 서성거린 사람과 회전목마를 타자
산이 강물에 풀어지고 길이 솟구치고 풀꽃이 뛴다
창밖에서 흐느끼는 슬픔을 쓸어모은 빗방울로
깊게 패인 자국을 메우고
쓰러진 강아지풀이 다시 일어서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