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풍금새가 쓴 봄날 - 이양덕

이양덕 2021. 4. 23. 07:10

 

 

풍금새가 쓴 봄날 

                             

                              이양덕

 

 

 

가슴에 붉은 깃털이 돋아나자

꽃바람에 실려온 풍금소리가 봄산을 업고 왔다

풍금 건반이 열리고  

물까치 오목눈이 직박구리 딱따구리

목청껏 소리를 뽑내고

어미새는 비 속을 뚫고 먹이를 찾아 나선다

 

소년은 보리피리를 불고 무지개 뜨는 산마루엔

뽀리뱅이 노랑제비 노루귀 앵초꽃

앞다투어 꽃망울 터트려 봄을 맞는다

 

연기처럼 사라질지언정

절정을 달리는 사마귀의 지독한 사랑법과

모란을 탐하다 넋을 잃어버린 

꿀벌을 메고가는 개미 떼의

격정의 하루가 심장을 뛰게하고

 

괄호안에 감탄사 빼곡한 구름 한 점 없는 날에

부정문은 날개를 펼쳐 쓸어담았다.

 

바위틈에 핀 각시붓꽃이 춘망春望을 쓰고

앙상해서 볼품없던 떡갈나무 하냥 푸르러가기 만을

탈고한 봄 편을 남기고

몽당 연필 물고

다가 올 계절을 기다리는 풍금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