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이슬과 사귀다 - 이만섭

이양덕 2021. 8. 3. 12:08

 

 

    이슬과 사귀다

 

                        이만섭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서로 낯을 비추이며 속삭였지

 

    신비와 순수를 가득 채워

    찬란의 깃발을 드높이며

 

    한 방울의 물로도 집을 짓고

    한 방울의 물로도 얼굴을 꾸미는

    변신에 대하여 눈빛을 나누었지

 

    이 아침은 맑아서 좋아라

    풀잎들은 싱그러워서 좋아라

 

    우리의 대화가 어느 틈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햇살을 불러오고

    뭇 생명들 맨 앞에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지

 

    보이지 않는 사랑이

    초록이 열리기 전 연두의 자태처럼

    영롱함으로 들어앉아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