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빵에서 꽃 핀 이유 - 이양덕

이양덕 2021. 8. 22. 08:38

 

 

빵에서 꽃 핀 이유

 

                            이양덕

 

 

 

사랑이 머문 자리에 의자 하나 덩그러니 앉았다

차갑게 식은 눈빛이 흔들릴 때

빵과 바나나 우유를 내밀면

가시에 찔려 앙상해진 뼈에서 피어난 꽃 송이가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렸다.

 

플라타너스가 쓰다듬을 때

기쁨과 설움이 들끓는 가슴에서 한 무더기 꽃이 피었다

빛과 어둠이 엉킨 방에 촛불을 밝히면

짙게 깔린 미혹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호두파이 한 조각이 꽃이었고

포근한 침대에 누워서 새벽 종소리를 들었으며 

하찮아 보이겠이지만 아메리카노 한 잔 이

살맛 나게 했다,

 

아침엔 門이 활짝 열리고

섬뜩한 늑대의 울음 소리가 달을 삼키고 밤을 훔쳐 달아났다  

어제는 절망했고 오늘은 기뻤다

꽃은 사람에게 짓밟혀서 피를 흘렸고

빵을 빼앗긴 입에서 꽃들이 죽어갔지만

 

해바라기 입술에 맺힌 별을 읽고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을 마셨다

잠들고 싶었던 심장이 뛰고 피가 돌면서

백지장처럼 구겨진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