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작품♡♡♡}

숨바꼭질 - 이양덕

이양덕 2021. 9. 10. 10:34

 

숨바꼭질

 

 

                        이양덕

 

 

 

마스크가 사람들을 통제합니다

민첩하게 인공호흡기를 사수한 술래는

머리카락 자르고 숨은 얼굴을 만질 수 없지만

유리관 속 심장 맥박을 체크합니다

목련꽃 사랑에 빠져버린

뜨거운 입술로 36,5℃를 확인하고 싶어요

비말을 타고 침입한 COVID-19가 폐를 갉아먹어

검은 섬에 유폐된 얼굴이 창백합니다

너와 나의 경계는 찰나에 허물어졌고

아픔의 무게에 자전을 멈춰버린 지구의 모서리에

슬픔이 주르륵 흘러내린 우산을 쓴 난,

묘비석 앞에서 고해성사 중입니다

박쥐가 사라진 훼손된 땅을 떠나

초원으로 가는 행렬의 끝은 보이지 않고

우울에 갇혀 입술이 봉인된 채

따듯한 한마디에 목말라 야위어갑니다.

꽃이 몰려와 손을 끌어당기는데

복면을 쓴 얼굴은 손사레치며 간격을 넓히고

선을 무너뜨린 공포가 무차별 쏟아집니다

그물망 전술로 kf-94가 전면 차단했습니다.

지금은 숨바꼭질 중입니다.

 

계간 「 문예운동 」2020, 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