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오리가 있는 풍경_ 이만섭

이양덕 2021. 9. 20. 14:15

 

 

오리가 있는 풍경

 

                            이만섭

 

 

풍경이 오리가족을 몰고간다.

 

뒤뚱거리는 엉덩이를 따라가는 방천길은

 

억새의 긴 모가지가 굽어보는 물가에 당도하여

 

첨벙, 오리를 물에 들여놓고 뒤돌아선다.

 

한걸음 더 자율성을 확보한 듯 꽥꽥,

 

부드러운 손으로 오리엉덩이를 받쳐 든 수면은

 

물이랑을 일으키며 만재흘수선의 채위를 반기는 것이다.

 

접힌 날개는 공중만을 사용하는 몫인 듯

 

마름모꼴의 몸을 슬슬 밀어가며

 

수심을 더듬어 끌어올린 그물망에

 

재빠르게 물고기의 살점을 발라내는 즐거운 부리

 

영점의 저울눈에 무게를 실어 나르는 행동반경을

 

풍경은 단순히 원근법으로 다루고 있다.

 

지루해하지 않고 나태해하지 않는 습관의 맨 앞줄에서

 

바람의 격발소리가 울려 퍼지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궤도를 차고나가는 오리가족

 

날개는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공중을 사용하는 시간을 펼치기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