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고양이 행복론 - 이양덕

이양덕 2021. 12. 6. 09:14

 

 

고양이 행복론

 

                               이양덕

 

 

 

어제가 떠났는데 어제와 같은 오늘이 왔다

이마에 무(無)자를 새긴 고양이는

보는 둥 마는 둥 한 햇살이 이마에 꽂히자 잽싸게 낚아채지만 

금세 재롱을 부린다.

 

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시작이다

해와 고양이의 이마가 빨갛게 물들었다.

카메라 앵글에 맞추려다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뜨겁고 순한 사랑을 이해하고 주고받는다.

 

감나무에 걸터앉아 일광을 즐기며

후드득 달아나는 참새 떼를 멀거니 바라보던

검은 고양이는 노을 속으로 걸어가서  

초겨울의 일러스트로 오래된 벽에 걸리고

 

둥그런 그림자를 끌어안은 어둠은

음습하고 나부끼는 나뭇잎은 이별의 뒷모습 같다

호박단 옷소매처럼 곡선이 아름다운 처마 위에선

흰 버선발로 매화인 듯 함박눈이 내려앉는데

넌 겨울의 한가운데서 무심히 잠들었구나

 

한 생이 창틀에서 흩어져 수습할 수 없는 비정함과

겨울 장미는 빌딩 테라스에서 미명을 밝히며

종소리가 차가운 가슴에서 일렁거리는

끝 모르고 밀려드는 혼란을 무어라 말할까?

나여 무심(無心) 속으로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