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파란 장미의 이유- 이양덕
이양덕
2022. 1. 8. 13:46
파란 장미의 이유
이양덕
물구나무 선 꼭지점을 향해 올랐다
힘줄이 끊겨 방향 잃고 나동그라져
휘청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어둠이 꿀꺽 꿀꺽 삼키는 저녁에
새가 날아간 길에서 파란 장미가 피었다
꽃잎이 닿을 때마다
몸을 말리려고 돌아눕고 또 돌아누워도
그 한마디가 꽃잎을 찌르고
넝쿨에 짓눌려서 피가 돌지 않고
이슬에 적신 하루를 마른 발로 헤치면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기쁨과는 먼 인진쑥을 씹는 맛,
눈빛을 부딪히며 어깨를 부딪히며
아름답고 싶어 뜨거운 숨을 몰아쉬었는데
꿈의 기차는 궤도를 이탈하고
꽃을 꺾어서 달아났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너의 약속은 스쳐간 바람, 터져버린 풍선이야
순간에 일어난 현상이 잠든 땅을 삼켰다
겨드랑에서 가시넝쿨이 자라 허공을 덮고
밤에 뻐꾹새 울음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서면 황홀과 고통은 하나가 되고
먹구름이 머물다 간 틈새에서
흐느끼던 빗물은 꽃을 위해 귀환했고
파란으로 피어있을 손목이 단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