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해의 길은 활자 없는 書冊이다 - 이양덕

이양덕 2022. 6. 17. 14:45

 

 

해의 길은 활자 없는 書冊이다 

 

                                                 이양덕

 

 

해의 방향을 좇는 건 활자가 없는 서책書冊을 탐독하는 중,

해를 중심으로 모이고 흩어지며

얽힌 사슬을 끊고 마음을 하얗게 꿰뚫는 해를 바라보며 살아내는 건 은총이다.

 

찬란에 매료되어 할 말을 놓치고 바라보았던 해

푸름이 펼쳐진 논베미에서 눈이 빛났던 아버지의 해

흰 접시꽃에 적어놓은 편지를 읽고 은은한 미소로 답하던 어머니의 해

 

남극에서 

북극에서 

적도에서

빙판 위에서 알을 품은 펭귄의 해

대양을 하나의 통로로 연결한 혹등고래의 해

사하라 사막의 언덕을 넘어 실크로드를 향해 걷고 또 걷는 낙타의 해

공원에 산책을 나와 푸른 깃털을 뽑내는 브라질 스픽스마코앵무새의 해

 

빨갛게 핀 맨드라미를 발칙하게 쪼고있던 수탉은 해를 가로질러 쏟아지는 소낙비에 흠뻑 젖었다

울타리 사이로 보일 듯 말듯 피어있는 싸리꽃 한 송이

오색실이 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살아가기 위해 앞만 보고 걷고 달리는 자동차와 사람들은

뒷걸음질을 알지 못한다.

한 발짝 물러서서 그림자를 볼 수 있는 것은 나의 대한 성찰의 시간

가끔 뒷걸음 치는 건, 붉게 물들어가는 건, 아름다운 저녁의 인사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노을로 활활 태우는 해를 읽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