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여기에 세웠다 - 이양덕
질문이 여기에 세웠다
이양덕
짧을 수록 어렵다.
나로서 무한 살아가게 하지만
늪에 빠지게 되면 자멸할 수 있다.
12시간의 노동을 잘 견뎌내기
창문을 활짝열고 해 뜨는 아침 맞기
사방이 우겨쌓인 방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마다
강북으로 가시겠어요, 강남으로 가시겠어요.
와인의 시간은 즐거웠나요.
치맥 시간엔 휴지를 칭칭감고 차차차를 부르시더군요
밤하늘에 별이 해안선에서 불안에 떨고 있군요
본적, 가족관계, 학력증명서를 요구할 땐
공황장애를 앓았다
실어증을 앓는 입술에 빨간 머큐롬을 바르고
흰 석회를 뒤집어 쓴 뇌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혼란스러운 난,
돋보이도록 높은 철탑 위에 올랐다.
문득 브람스의 자장가를 듣고 싶다.
고독하고 보고싶고 막막하고 서러웠다.
볼을 비비다가 뱅글뱅글 돌며 호기심이 발동한 고양이
혼자서도 즐겁고 행복한 듯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그랬다
졸다가 별안간 눈을 뜨고 나를 확인했다.
나도 행복을 위해 직선을 달렸다
날개가 휘어지지도 꺾이지도 않았다
대나무 꼭대기엔 나팔꽃이 피었고, 토마토는 붉게 익었다
질문이 날 여기에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