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놀이터 - 이양덕

이양덕 2023. 5. 13. 09:30

 

놀이터

 

                                   이양덕

 

 

 

동화 속 눈의 나라 아기곰과 놀던 아이는 

엄마 손에 붙들려

어린이 집으로 갔다

미끄럼틀엔 나뭇잎 사그락거리는 쓸쓸이 흘러내리고 

바퀴가 튕겨나간 세발 자전거는

진흙탕에 박혀 엉엉 울고 있는데

그네에 나란히 앉은 참새들

곧 몰려올 것 같은 아이들을 기다린다.

 

개나리 유아원에서

엄마 아빠 부르는 말을 배우고

종이배 펭수 로봇 강아지를 그렸다 

학원에서 미끄럼 타기 줄넘기 축구를 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싶지만

학교와 학원을 바쁘게 오가다

캄캄한 밤에 집을 찾아온다

 

아이들이 오지않는 놀이터를 차지한 비둘기가 

새총쏘기 딱지치기 연날리던 개구장이를 불러 세운

할아버지에게 비스킷을 날름날름 받아먹고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가라앉은 적막을 가로지르는데

나무 그늘의 키는 무럭무럭 자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