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선을 따라서 - 이양덕
이양덕
2023. 8. 16. 13:33
선을 따라서
이양덕
ㅅ옷자가 마음을 그었을 때
명주저고리의 섶 깃 동정을 따라가다
은은하게 웃는 여인의 얼굴에서
초승달이 뜨고 붉은 색을 머금은 앵두를 보았다.
사람들이 길 위에 수 많은 선을 따라
질서와 무질서를 반복한다.
선을 넘지 않고 응급환자를 태우고 달리던 앰블런스도,
서늘한 바람이 긋고 가면 슬픔의 감정선이 요동쳤다.
화선지 위에
붓을 들어 선을 그으면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고
재두루미 날아들고 영지도 피었는데
저만치 산국화에 취한
궁노루 한놈이 뿔을 한껏 뽑내며 암컷을 홀리는
한 폭의 수묵화다.
선을 넘어 숨 쉬지않고 달리면
피땀으로 쌓은 생이 한순간에 무너져서
혼란과 불안 공포 무질서가 휘몰아치고 말겠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무수한 별을 보라,
밀치지도 밟히지도 칼에 베이지도 않았다.
실선 하나 넘었는데 행복이 있고
실선 하나 넘었는데 두려움의 계곡이다.
앞에는 헤아릴 수 없는 선이 그어져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