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겨울 아침 - 이양덕

이양덕 2024. 1. 13. 06:25

              

 

               

겨울 아침


                                이양덕




새벽녘 등불 밝혀놓고 
흰 수건을 쓰고 곁눈질할 사이 없이 절구질하는 어머니는
가족이 잠든 미명에 메밀을 빻아 채에 내려
발자국 소리도 가만가만 묵을 쑤어서 반대기에 찰랑찰랑 담아
장독대에 내놓으면
눈 소복이 쌓인 항아리마다 메밀묵인 듯,
메밀꽃 자욱한 한 폭의 그림이다


어금니를 잃은 외할머니를 위해
가지런히 썰어 파 참기름 깨소금 실고추 묵은 간장으로 맛을 낸
보드라운 아침밥상을 지어 올리며
고단함도 잊고 흡족해 하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우리 외할머니 이마에 주름도 말랑거린다.


정강이가 푹푹 빠지는 마당에 눈을 치우는 오빠
참새가 떼를 지어 푸드덕 날면
참새구이 해먹겠다고 덫을 놓느라 부산하고
책 읽는 낭낭한 목소리가 울너머로 퍼졌다 
아궁이엔 고구마 달걀밥 익는 냄새
장작타는 소리에 맞춰 청국장 보글보글 달그락달그락
팝콘 터지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