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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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는 연습/이양덕
주소도, 전화번호도, 얼굴도, 한번 보고 들은바 없는 사람들이
잔등이 흥건히 젖도록 부비대다가
지하철이 미끄러지듯 플랫홈에 서면
제 집을 찾아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후
고인돌처럼 홀로 밤을 맞는다
목탁하나 들고 세월을 다듬는
노승이 부러운 시각
교보문고 뒷편 골목길에
쓸쓸히 그림자 드리우고 서 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
저녁 종소리가 아릿하게 부서져 내리고
어느날
미술관에서 보았던
추사 선생의 歲寒圖(세한도)의 노송 한 그루가
가슴안으로 걸어와 푸른가지를 치는 밤
어깨에 잠시 머문 허상들을
하나씩 버린다
곧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니.
07.3.15
출처 : 민들레 영토.
글쓴이 : 예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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