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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를 버리는 연습

이양덕 2007. 3. 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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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는 연습/이양덕

 

 

주소도, 전화번호도, 얼굴도, 한번 보고 들은바 없는 사람들이

잔등이 흥건히 젖도록 부비대다가

지하철이 미끄러지듯 플랫홈에 서면 

제 집을 찾아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후

고인돌처럼 홀로 밤을 맞는다

 

목탁하나 들고 세월을 다듬는 

노승이 부러운 시각 

교보문고 뒷편 골목길에

쓸쓸히 그림자 드리우고 서 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

저녁 종소리가 아릿하게 부서져 내리고

 

어느날

미술관에서 보았던

추사 선생의 歲寒圖(세한도)의 노송 한 그루가

가슴안으로 걸어와 푸른가지를 치는 밤

어깨에 잠시 머문 허상들을

하나씩 버린다

곧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니.

 

07.3.15

출처 : 민들레 영토.
글쓴이 : 예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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