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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덕의 詩 文學
예술을 완성하는 관계의 화룡점정畵龍點睛/한기욱 시인 윌리엄 스탠리 머윈은 “현대 시인은 허공을 극복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매고 다니는 인간”이라고 하였다. 하늘과 땅 사이, 비어 있는 공간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언어의 사다리가 바로 ‘시’라니. 시를 쓰면 왜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독자는 시인이 만들어 낸 언어의 사다리를 스스로 용기 내어 올라가야만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때로는 “발을 딛는 단(시어)만 보지 말고 발을 딛는 단(시어)과 단(시어) 사이의 빈 공간 (표현되지 않은 의미)도 음미하면서” 천천히 올라야 하겠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때로는 단과 단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멀어 독자는 발을 헛디디거나 구멍에 빠지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놓일 수도 ..
이양덕 「어머니와 함박눈」평론/ 양병호 어머니와 함박눈 이양덕 함박눈을 맞으러 간다. 창호지 같은 손으로 얼싸안는 어머니 품으로 난, 산비알 쏘아올린 목화송이가 팡팡 터진다 누가 눈부신 빛살을 밟고 온 것일까 눈밭에서 꺾일 듯 가는 다리 오므렸다 폈다 흰 바람을 움켜쥐고 빙글빙글 사분사분 목선이 고운 어머니의 혼불인가 꽃잎 나풀거리듯 춤사위 황홀하다. 어머니의 엘피판이 들려준 홀로 아리랑은 끈적끈적 엉긴 지문에서 북 바치는 설움을 보았다 장독대 오가리에 쌀가루가 소복하고 꽁지로 겨울을 밀쳐내고 푸른 이끼를 만지며 맑은 물에 발을 씻은 물까치가 하르르 내리는 눈송이를 물고 차오른다. 한줌 재가 될 생솔가지 아궁이에서 타닥타닥 자식들 등가죽에 붙은 배 불리려는 어머니 가슴 타는 소리 질화로에선 청국장 보글보..
문학 그 자체가 되어버린 이름 프란츠 카프카에게 上 어디를 가면 이 밤에 묵을 숙소를 찾을 수 있는지 말해다오 글 : 장석주 시인 1세는 세상과 작별하기엔 너무나 이른 게 아닐까요? 세계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폭력이나 부조리함과 더불어 고립된 영혼의 절망에 맞서 끝없는 용기와 투쟁을 보여준 당신에게 늘 감사합니다. 안녕, 안녕, 카프카! 인생이란 커피보다 더 쓰지 않고, 에그타르트보다 더 달콤하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자기를 두고 “탄생을 앞둔 긴 망설임”이라고 했던 작가 때문이었지요. 식탁에서 빵 부스러기를 흘린다고 트집을 잡는 고압적인 아버지 아래서 고통을 느끼고, 죄의식으로 얼룩진 내면으로 달아나 한껏 웅크렸던 청년, 세계의 부조리함에서 불안과 소외를 겪으며, 폐결..
다시, 상징 이양덕의 「자라나는 혀」김지숙 자라나는 혀 이양덕 아기 주먹만 한 사탕을 빨던 혀가 불그스름한 귓불을 핥더니 기다란 혓바닥을 낼름거린다. 귀마개로 틀어막아도 간교하게 들락거리면서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흑장미를 바치며 달콤한 혀로 홀딱 반하게 해 놓고 비자나무 위에 올려놓은 채 비루하게 사다리를 치워버려 밤새 찬서리를 맞았다. 흐린 창문을 닦고 파란 하늘을 읽으며 비바람에 누운 풀잎이 부서질 듯 써 놓은 문장을 주저 않고 받아 읽어야 향기로운 말을 들려줄 수 있을 테지, 꿀을 빨 땐, 나르시즘에 빠져들지만 독주를 마신 후에야 춘몽에서 깨어나 생의 본질을 알았다. 혀는 붉은 주단이 깔린 욕망의 계단을 질주하며 지향점을 잃은 미혹의 시간 속에서 침을 꿀꺽 삼키고 비겁하게 돌아 서서 날 세워 난도질..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와 패러디의 신 신 수 진 패러디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히포낙스의 풍자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온 패러디는 우스꽝스러운 모방물이라는 부정적 평가에서부터 상호텍스트적인 창조물이라는 재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문학의 본..
김기림의「바다와 나비」감상 / 김사인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
필통 (외 1편) 손 미 귀를 대면 달칵거리는 것들은 얼마나 들키기 쉬운가 꾹 닫힌 여기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당신이 알고 있다면 꾹 닫힌 곳에 기차에 끌려가는 오후와 이쪽에서 저쪽에서 당기는 장갑이 얼마나 많은지 귀를 대면 알게 된다 긴 줄을 밟고 네가 오는지 속에서만 흩어지고 만..
이성복의「밥에 대하여」감상 / 김기택 밥에 대하여 이성복 (1952~ ) 1 어느 날 밥이 내게 말하길 —참 아저씨나 나나… 말꼬리를 흐리며 밥이 말하길 —중요한 것은 사과 껍질 찢어버린 편지 욕설과 하품, 그런 것도 아니고 정말 중요한 것은 빙벽을 오르기 전에 밥 먹어 두는 일. 밥..
박성우의「배꼽」감상/ 문태준 배꼽 박성우(1971~ ) 살구꽃 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 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 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 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