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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덕의 詩 文學
하프를 켜는 女子 이양덕 로시니의 스테이크를 훔쳐먹은 누명을 쓰고 퍼런 서슬에 죽임당한 하녀의 펑펑 쏟는 눈물이 현을 두드린다. 먹구름을 뚫고 온 빛의 소리가 벽을 허문다 소리는 꽃밭과 무덤의 경계가 없다. 극한에 노출된 사람은 매일 가슴에 무지개를 안고 현을 켜면서 속도와 중력의 굴절로 가라앉았다 다시 떠올라 망망대해(茫茫大海)서 부유한다. 여자의 손가락이 오르페우스 혼을 부린다. 풀은 쓰러졌다 일어서고 금낭화가 댕댕 울리며 소금쟁이는 바람이 긋는 물주름에 음표를 그린다. 소리의 속성은 귀를 여는 것 사라지고, 단절되고, 붕괴되고, 기막힌 일을 겪는 음부에서 뼈가 주저앉아버린 너의 슬픈 감정을 어루만지면 음계를 타고 탄그레디의 아리아를 들려주기를, 서어나무가지에 도둑 까치가 갸웃거린다. 월간『 시문학 ..
숨바꼭질 이양덕 마스크가 사람들을 통제합니다 민첩하게 인공호흡기를 사수한 술래는 머리카락 자르고 숨은 얼굴을 만질 수 없지만 유리관 속 심장 맥박을 체크합니다 목련꽃 사랑에 빠져버린 뜨거운 입술로 36,5℃를 확인하고 싶어요 비말을 타고 침입한 COVID-19가 폐를 갉아먹어 검은 섬에 유폐된 얼굴이 창백합니다 너와 나의 경계는 찰나에 허물어졌고 아픔의 무게에 자전을 멈춰버린 지구의 모서리에 슬픔이 주르륵 흘러내린 우산을 쓴 난, 묘비석 앞에서 고해성사 중입니다 박쥐가 사라진 훼손된 땅을 떠나 초원으로 가는 행렬의 끝은 보이지 않고 우울에 갇혀 입술이 봉인된 채 따듯한 한마디에 목말라 야위어갑니다. 꽃이 몰려와 손을 끌어당기는데 복면을 쓴 얼굴은 손사레치며 간격을 넓히고 선을 무너뜨린 공포가 무차별 쏟아..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이양덕 해를 부등켜 안았다 달을 부등켜 안았다 부서진 한쪽 날개로 햇살을 퍼 나르던 나비 떼는 영영 오지 않고 쏟아지는 빗물에 어제의 나를 흘러보냈다 철석철석 따귀를 때리는 바람을 결박할 수 없었고 가을 편지를 받았건만 답장은 부치지 못 했다. 벌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소녀에게 망초꽃을 바칠 때 초점 흔들리는 눈이 맞닿아 고인 그리움이 찰랑거리고 지구 바깥에서 떨고 있는 눈망울을 가슴에 안았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빛부신 만남을 위해 안개속으로 사라져간 우리, 비탄(悲嘆)에 빠져 장미를 꺾어버린 후 하얀 숲으로 간 은사시나무를 붙들고 울었다. 다시 만나기 위해서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바라보면, 쓸쓸하고 외롭고 아프고 간절하여 나를 던져 너의..
고흐를 불러내다 -낭송 귀를 자른 칼이 액자를 찢었다. 꽃들이 화병을 안고 온다. 단단한 벽에선 뿌리를 얻을 수 없다. 진딧물이 끼어 꽃잎에 생체기가 나도 하늘을 지붕 삼아 비바람에 부대끼던 글라디올러스가 광합성을 퍼 나른다. 장미를 그려놓고 붓 터치로 가시를 지우고 홀로 견뎌..
♧ 祝 ♧ ................................................................................................................................. 이양덕 시인, 2019년 시문학 등단( 신인우수작품상) 고흐를 불러내다 외 2편 귀를 자른 칼이 액자를 찢었다. 꽃들이 화병을 안고 온다. 단단한 벽에선 뿌리를 얻을 수 없다. 진딧물이 끼어 꽃잎에 생체기가 나도 하늘을 지붕 삼아 비바람에 부대끼던 글라디올러스가 광합성을 퍼 나른다. 장미를 그려놓고 붓 터치로 가시를 지우고 홀로 견뎌야했던 우울을 밤별에게 호소하며 귀와 절망도 함께 자르고 싶었던 당신, 이젠 박물관에서 탈출해야 한다. 칭칭 동여맨 헝겊을 풀고, 마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