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여정 /이만섭
가을을 들여다보면 모두 입석이다어디론가 가고 있는 저 행렬, 들꽃들은 들길을 걷고 나무들은 그들의 영역을 건너와 잠시 주춤하다 차운 빗줄기가 지나가니 무거운 옷자락을 여미는 산, 그 곁의 강물도 조촐한 표정으로 노을이 물 들 때를 향하고 파란 하늘의 구름도 물끄러미 지상을 내려보는 것 같지만 궁창의 지평을 걷고 있다 저들의 서녘에 어둠이 깃들면 밤하늘에 뜨는 저녁별의 경이로움을 누가 먼저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