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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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시인서재}

먼 곳

이양덕 2010. 4. 26. 17:12

먼 곳/ 이만섭

 

 

 

나는 한때 그곳에 이르기 위해 

내 가까이를 벗어나려 애썼네 

어느 시점엔가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끈 놓지 않고 좇았네  

아득함은 더욱 희어져

여기 꽃 피었는데

거기 꽃 피었느냐고 물을 수 없는 당신

여기 비 흩뿌리는데

거기 비 흩뿌린다고 대답하지 않는 당신 

침묵은 깊이로 자옥하여

뭉게구름 피어나고 높새 들락거리는

가시권 밖 풍경이 되었네

그리움이여, 꽃은 바람만이 피워내는가 

길도 사라진 흑백사진처럼

고요 속으로 묻혀간 날빛이여,

적멸의 자리는 이제 바람도 일지 않네

내 마음에 돋아난 깃털 더는 허공에 날릴 수 없네

소실해가는 어둠녘 풍경처럼

아스라해진 곳으로 그대 실날 같던 이명

두 귀조차 비워놓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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