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먼 곳 본문
먼 곳/ 이만섭
나는 한때 그곳에 이르기 위해
내 가까이를 벗어나려 애썼네
어느 시점엔가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끈 놓지 않고 좇았네
아득함은 더욱 희어져
여기 꽃 피었는데
거기 꽃 피었느냐고 물을 수 없는 당신
여기 비 흩뿌리는데
거기 비 흩뿌린다고 대답하지 않는 당신
침묵은 깊이로 자옥하여
뭉게구름 피어나고 높새 들락거리는
가시권 밖 풍경이 되었네
그리움이여, 꽃은 바람만이 피워내는가
길도 사라진 흑백사진처럼
고요 속으로 묻혀간 날빛이여,
적멸의 자리는 이제 바람도 일지 않네
내 마음에 돋아난 깃털 더는 허공에 날릴 수 없네
소실해가는 어둠녘 풍경처럼
아스라해진 곳으로 그대 실날 같던 이명
두 귀조차 비워놓았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