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들꽃 낭송회 본문

카테고리 없음

들꽃 낭송회

이양덕 2010. 10. 6. 21:34





25.jpg
          들꽃 낭송회 /이해리
          
           
           
           
           
          바람이 들길을 빗질했다
          파란 하늘이 하얀 초승달을 보석핀처럼 꽂고
          상추밭 위로 떠올랐다
          푸른 앞치마에 손을 닦은 상추밭이
          길 밖까지 마중 나왔다
          개울물이 바위를 껴안다 푸는 소리로 흐르고
          돌절구에 부어둔 동동주에 황국 몇 송이
          나비 밥그릇처럼 떠 있는 동안
          시 쓰던 들꽃들 속속 모여든다
          붕붕 길을 굴리며 달려오는 자동차
          바퀴에서도 들꽃 향기가 난다
          오늘 낭송회 사회자는 
          시와 평론을 자주 쓰는 자주쓴풀꽃이다
          유리구두 신은  용담꽃이 유리구두를 낭송한다
          이슬 맺힌 쑥부쟁이는 날개 떨며
          이슬의 눈을 낭송한다 막간에 대숲의 대금소리
          사철나무가 사철가를 부르자
          은발 성성한 억새시인 슬며시 눈을 감는다
          밀려오는 안개, 상처 많은 영혼이 시인이 된다
          저마다 자신의 뿌리에서 언어 하나씩 꺼내
          활활 타는 모닥불에 비춰본다
          북두칠성이 한 국자 별자리를 펴서
          술잔에 부어준다.
          

	
Comments